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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냉장고는 청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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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월순 작성일04-08-10 10:29 조회1,8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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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돌아가신후,
어머니께서 쓰시던 물건들이
가족들의 집으로 뿔뿔히 흩어졌다.
우리집에는
알람시계, 다리미,냉장고가 들어왔다.

다리미는
집에 있던 것을 가져다 드린 것이고,
알람시계는
새벽기도생활을 위해 사 드린 것이고,
냉장고는
이유도 모르는 채 우리집으로 왔다.
이미 냉장고가 여러대 있는 집이었는데,
제대로 사용되는 냉장고가 없긴 했다.
한대는 김치냉장고라 냉동실이 안되고,
한대는 사정상 사용 못하고,
나머지 한대는 냉동실이 좁은 탓에
얼음을 못얼려 먹는 것을 보고,
작은 언니가 마음이 아파서, 오빠에게
우리집에 냉장고가 없다고 했나보다.

언니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전에 나는 화부터 났다.
이미 냉장고는 필요없다고 의사표현을 했었고,
경제상의 이유로,
가게짐과 살림짐으로 가득차서 사람이 잘 공간도
부족한 터에 냉장고가 들어온다는 말에, 발끈 성질을 냈다.
머리위에 얹고 살아야 하냐고 대들려다가 그냥 두었다.
왜냐면,
언니의 말이
나중에 정 못 쓰면,
언니가 가져간다고
했기 때문이다.
집에 있던 냉장고를 버리라고도 했다.
비용은 언니가 낸다면서.....
언니는 그렇게 나를 달랬다.
그리곤, \"너는 그렇게도 나를 못믿냐?\" 하고 물었다.
나는 \"응\" 하고 말했다.

속으로는 미안 했지만,
사람을 믿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이미, 많은 사람을 배신 했던 나 로서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던 나 로서는,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아픔을 품는 일이기에....
언니와 아픈 관계로 연결되기 싫었다.
자기 몸 하나 추스리지 못하는 우리가 누군가를 믿고 싶은 것이
어쩌면 당연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약한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용서하며 살아가는 존재지,
누군가를 책임져주거나, 믿게하는 존재가 될수없다.

왜냐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서로를 돕도록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도록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서로를 용서하도록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믿음의 대상은 오로지 예수뿐이다.(Only Jesus)
믿음의 대상이 바뀔때 우리의 삶은 풀리지 않는 실뭉치처럼,
엉키고, 묶여서, 쓸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오전에 언니의 전화를 받고,
저녁에 냉장고를 받기까지 속으로 많은 갈등이 있었다.

그러다 생각이 났다.
어머니의 유품이
선하게 나뉘게 해 달라고 기도 했던 것을....
기도했던 이유는
그 일로 인해 서로서로 상처를
받지 않게 되기를 원한 것이었는데,
기도한 당사자인 내가 상처를 받고 있는 셈이었다.

주님이 선하게 하시려고, 우리 집으로 냉장고를
보내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달라졌다.
주님이 주시는 물건은 아무리 자리가 없더라도,
받아야 했기에......

갑자기 머리속이 분주해지면서, 손과 발이 움직였다.
위치 하나 바꾸려면, 열가지 이상 짐이 움직여야
하는 우리집의 형편이었지만,
불평이 아닌 감사로 바뀌니 힘들지가 않았다.
주님께서 지혜를 주시니,
어떻게 어떻게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냉장고는 무사히 자리를 잡았고,
우리집은 이제 얼음 냉수도 신나게 먹을 수 있다.
고맙고 감사하신 하나님이 주신 냉장고를
내형편만 생각하고, 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나?

주님 오시옵소서, 기도하고는
내안으로 들어오시려는 성령님을,
\"내안에는 세상적인 것들로 가득찼어요. 그러니
나중에 다 치우면 들어오세요\" 하지는 않았던 것인지
반성해본다.

어머니의 냉장고를 구석구석 닦아내면서,
내속의 불필요한 것들이 같이 사라지길 원했다.

살아계신 동안,
어머니의 냉장고를 한번도 닦아드린 적이 없는데,
내가 사용하려니까 이렇게 닦는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깔끔하신 분이라, 당연히 냉장고가 깨끗할 줄 알았는데,
어머니의 눈이 흐려지신 탓인지, 구석구석 삶의 찌거기가
묻어있다. 어머니께서 냉장고 청소도 못하실 정도의 건강이
셨을 걸 생각하니 또 눈앞이 흐려진다.

어머니 살아계실 때 못한 것이 어디 냉장고 청소 뿐이랴만,
또 한가지가 늘은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어머니의 냉장고가 주는 기쁨처럼,
나도 주님의 나라에 시원한 얼음 냉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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