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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나무를 하며 보내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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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장희 작성일05-01-25 01:12 조회1,90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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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따뜻한 날입니다. 조금만 바삐 움직여도 추위를 느낄 수 없고 더군다나 양지바른 곳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땀이 날 정도로 좋은 날입니다.
오늘 재호 아빠랑 산에 나무하러 갔습니다. 나무로 난방을 하는 집이 세 집이 있는데(재호네, 진오네, 윤희네) 진오아빤 출근을 했으니 어려워서 둘이 갔죠. 대환이네 집에서 고개넘어, 그러니까 내누리 뒷쪽으로 산을 깎아 묘를 새로 만들었는데 그 주위로 많은 나무를 베어 넘기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땔나무 외에는 큰 소용이 없다는 아름드리 아카시아 나무가 휘발유톱 몇 번에 넘어지는 것은 단 1 - 2분이 채 안 걸립니다. 전문 벌목꾼 같은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 가지고 가면 우린 주위에 널부러져 있는 찌끄레기를 줏어 옵니다.
집 뒷산으로 넘어져 썩어가는 나무를 베어 지게질을 한가롭게 했었는데 땔나무가 많다는 대환이 아빠의 정보를 듣고 어제 네 남자가 갔습니다. 나무보일러를 갖고 있는 세 남자와 진시황이 같이 갔습니다. 참, 진시황은 예영이 아빠 별명입니다. 교회 모닥불가에서 아내에게 커피 배달을 시키는 간큰 행동 때문에 제가 지은 별명이죠.
네 남자가 오후 내내 마련한 땔감은 트럭 한 대 분입니다. 약간은 허무했지만 그래도 뿌듯한 마음에 서로를 쳐다보며 만족한 웃음을 흘렸지요. 그런데 오늘 확인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장비가 무척 허술했다는 사실입니다. 시베리아 벌목장에 당도한 것처럼 당차게 이 나무 저 나무를 찔벅거렸던 우리가 가지고 간 장비는 휘발유톱 한 대와 도끼 두 자루. 알고보니 휘발유톱의 톱날이 거의 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제 도끼도 날이 거의 없어 진시황이 \"이게 도끼냐? 이게 망치지 도끼냐.\"하며 저를 구박했습니다. 하여간 네 남자가 어제 해온 나무는 재호네 집 보일러실에 쌓여 있습니다.
오늘 나무를 하면서 처음으로 알아낸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나무가 운다는 것입니다. 넘어지며 아파 우는 것처럼 들리더군요. 요령 있게 톱질을 해서 나무가 넘어지려고 하면 \'뚜둑, 뚝, 뚝뚝\' 하면서 넘어집니다. 비명처럼 말이지요. 그 소리가 그렇게 슬프게 들릴 수가 없었습니다. 넘어진 나무를 휘발유톱을 이용해 자를 때, 더 슬픈 소리가 들립니다. 톱질 때문에 생기는 진동이 나무 전체에 퍼지면서 \'웅 웅 우웅\'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그 진동 소리였습니다. 물론 사람 우는 소리와는 전혀 달랐지만 제 귀에는 우는 소리로 들리지 뭡니까.
숲에 서 있는 나무에선 사시사철 여러 소리가 들리지만 넘어지고 베어질 때 나는 소리는 처음 들었습니다. 마음이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즐거움에 잘라진 나무를 열심히 차에 실었습니다. 하하. 오늘 자른 나무는 우리 집 화덕에서 그 운명을 다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화장을 한 셈이네요.

댓글목록

박태규님의 댓글

박태규 작성일

하하^^ 모두들 조선생님의 도끼 아니 망치를 보았다면 정말 망치네라고 했을 껍니다. 다음 부턴 망치들고 산에 가지 마세요.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날 힘들어 죽는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