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율이 졸업을 앞두고 _ 글 : 이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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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선희 작성일25-01-05 16:46 조회4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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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율이 졸업을 앞두고
어린이학교 졸업을 앞둔 이은율 어린이의 아빠 이상춘입니다.
12월이 되면 늘 그렇듯 한 해를 뒤돌아보고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 걸 느낍니다. 올해 12월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다르게 다가옵니다.
요즈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두 개의 문으로 들어가는 세계를 사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빽빽한 건물들 사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 온갖 잡음들이 섞여 나오는 사람들의 소리-. 그 가운데 열심히 일하는 제가 서 있습니다. 그곳에서 지내다가 모든 것이 지친 상태로 기어 나오듯 문을 열고 탈출해 나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을 열고 다른 세계로 들어갑니다. 언덕길을 지나 푸른 숲 사이 꽃들이 저를 먼저 반기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사랑방공동체 어린이학교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그곳에 저는 어린이가 되어 들어갑니다. 세상의 모든 근심과 두려움은 다 잊어버리고 따뜻한 봄처럼 선생님들과 어린이학교 친구들이 미소를 지으며 저를 반겨줍니다.
새싹이 돋는 5월 캠프를 떠납니다. 스스로 음식 재료를 준비해서 저녁을 준비합니다. 직접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비빔면을 만드는 은율이가 저에게 맛보라고 먹여줍니다. 한쪽에서는 지글지글 돼지 막창 굽는 소리가 들리고, 고소한 막창을 음미하며 비빔면과 함께 입속으로 넣었을 때 그 맛은 저의 도파민을 폭발시켜버립니다. 환상의 그 맛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사랑이 가득 담긴 맛이었습니다. 언니 오빠, 누나 형들이 저학년 아이들을 살뜰히 챙기며 같이 공놀이도 해주는 모습이 어찌 아름다운지요.
늦은 저녁 저는 캠프파이어에서 달달한 마시멜로를 구워주었습니다. 너무 맛있다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며 제가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오히려 아빠들이 힘든 사회생활 속에서 벗어나 힐링을 얻고 온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덧 여름이 지나고 푸른 잎이 알록달록 색깔로 물들어가는 가을. 선두엔 6학년 아이들이 어린이학교 깃발을 들고 한 줄로 서서 5일 동안 수십 킬로미터를 걷는 도보여행을 떠납니다. 아이들한테 체력에 뒤지지 않기 위해 일 년 전부터 헬스장을 다니며 운동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첫째 날 출발할 때부터 우는 하늘이, 저 또한 처음인지라 마음속으로 울고 있던 저는 동변상련을 느끼며 “하늘아, 나랑 손잡고 걸을까?” 말했더니 선뜻 손을 내밀어 같이 걷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솜사탕 같은 구름을 먹기도 하고, 알록달록 물든 나뭇잎과 가지를 섞어 떡볶이를 만들어 먹으며, 저와 하늘이는 무사히 완주한 뿌듯한 도보여행이었습니다.
하필이면 도보여행 갔던 날이 저의 생일이었습니다. 마침 아침 식사 메뉴로 미역국이 나와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음식을 준비하신 학부모님이 같이 생일 노래를 불러줬던 그 아침 시간은 저의 인생에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고, 그 미역국은 가장 맛있는 미역국이었습니다.
어느새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고 종강발표회 시간이 왔습니다. 늘 엄마 아빠들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준 아이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학부모님들이 한마음으로 “요게벳의 노래”를 불러 주기로 했습니다.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긴다. 너의 삶의 참 주인 너를 이끄시는 주.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드린다. 너의 삶의 참 주인 너의 참 부모이신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긴다…
부르는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요.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으로 기도했습니다.
‘주님~, 우리 은율이가 하나님의 손길과 사랑, 하나님 나라를 느끼며 건강하게 잘 자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는 우리입니다.’
그동안 모든 것이 은혜였음을 감사하며 눈물을 흘린 감동의 종강 발표회였습니다.
저는 늘 우리 은율이와 그의 친구들, 동생들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행복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 또한 어린이학교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함께 학교를 다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구나, 행복한 아빠였구나.’를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첫째 은찬이는 어린이학교를 졸업하고 멋쟁이를 다니고 있고 은율이도 곧 어린이학교를 졸업합니다. 한편으로는 두 아들이 어린이학교를 떠나 아쉽지만 이렇게 하나님 안에서 건강하게 잘 키워주신 이월영 교장선생님, 조향민 선생님, 권재만 선생님, 정다운 선생님, 전선희 선생님, 하경임 선생님, 이현숙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늘 잊지 않고 어린이학교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글쓴이_어린이학교 6학년 이은율, 멋쟁이학교 2학년 아빠 이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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